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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낭만 트래블러] 화려한 밀라노 런웨이보다 이탈리아 시골에 반했어요

by Captain-MK 2011. 9. 14.

앉아 있고만 싶었다. 일어나는 것이 마치 큰 잘못을 저지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유행가 가사 중에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란 대목이 갑자기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모델 송경아(31ㆍ에스팀)가 인터뷰하기 위해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든 찰나는 이러했다.

↑ 패션모델 겸 여행작가 송경아

"초등학교 6학년 때 168㎝였어요. 지금은 179㎝고요. 솔직히 큰 키가 창피해서 몸을 움츠리고 다니기도 했죠. 그런데 그런 큰 키가 지금 저를 있게 했어요. 행복하죠." 큰 키만큼 성격도 시원시원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힘들기도 했단다. 한동안 낯가림이 심해 다가가기 힘들다는 얘기도 더러 들었다는 송경아. 그런 그가 수백 명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캣워크에 올라선 것은 어찌 보면 숙명이었다.

"모델은 자신을 표현하는 직업이잖아요. 당연히 내성적인 성격은 하기 힘들죠. 저를 돌이켜보면 조금 특별했던 것 같아요. 학기 초반에 조용하다가 학년을 마칠 때쯤에는 어느새 응원단장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그의 말을 되새겨보면서 송경아와 대한민국이 빼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한강의 기적'에 '2002 한ㆍ일 월드컵 4강'을 일궈낸 우리나라 모습이 그의 인생 굴곡과 비슷했다. 송경아 소속사 관계자도 "송경아는

장윤주

한혜진과 함께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정받는 모델 중 한 명"이라며 "명실공히 외국에서 더욱 각광받는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패션 인사"라고 치켜세웠다.

최근 KBS '명작스캔들'을 통해 대중과 간극을 한발짝 좁힌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여행 작가 송경아'다. 2006년에 '

패션모델 송경아 뉴욕을 훔치다

'를 낸 데 이어 2010년에 '키스 미 트래블'로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강남구 주관 백일장에 나가서 상도 받았는걸요. 처음에는 운이 좋았구나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가진 소질이 나쁘지 않구나를 느꼈죠."실제로 그가 쓴 책은 출간 당시 여행서적 중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인기를 누렸다. 그런 비결에 대해 그는 "즐겼다"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더불어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모델이다 보니 외국을 많이 다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로 가는 것과 여행으로 가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 둘의 공통점은 새로운 문화를 접한다는 것인 반면에 다른 점은 여행으로 갈 때는 '객관적인 나'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죠." 바로 그 점이 여행 작가 송경아를 탄생하게 한 접점이었다. 바쁜 일상에 치어 외국을 나가도 그곳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는 그는 "감질이 났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제대로 여행을 해보자란 마음에 일본으로 배낭여행 길에 올랐던 것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됐다고. 힘들고 지칠 때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여행으로 재충전을 하고 있다는 그에게 여행보다 나은 휴식처나 친구는 없을 정도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럼 여행예찬론자 송경아가 꼽는 최고 여행지는 어디일까. 그는 잠시 주저하다 이탈리아를 자신의

워너비

데스티네이션으로 꼽았다. 특히 먹는 것이 발달한 이탈리아 식문화가 굉장히 매력적이라며 군침까지 삼켰다.

"제가 보기와 달리 정말 많이 먹거든요. 틈만 나면 먹을 것을 입에 물고 있어요. 그런데 이탈리아란 나라가 정말 맛있는 음식이 많은 곳이잖아요. 다양한 스파게티와 파스타, 그리고 수많은 음식을 맛보니 행복 그 자체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 송경아는 이탈리아의 매력을 한 가지 더 들었다. 바로 시공간의 크로스오버였다. 최근 우리나라도 북촌 한옥마을이나 삼청동 등이 사랑을 받는 것처럼 이탈리아 역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역사와 인간

, 문화가 함께한다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밀라노 컬렉션이 세계 3대 컬렉션 중 하나라 여러 번 방문했는데 순전히 일만 하고 돌아오다 보니 정말 재미가 없는 도시구나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교외에 나가 시골에 들를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상상하던 밀라노가 아니더라고요. 현대와 중세가 공존하는 독특한 아름다움에 매료당했죠." 상상하는 것 자체가 행복해 보였다. 연신 미소를 머금은 송경아 얼굴은 이미 이탈리아 밀라노에 가 있는 듯했다. 여행에 푹 빠져버린 패션 종결자 송경아, 알고 봤더니 진정한 낭만 트래블러다.

■ She is … 송경아는 '욕심쟁이 우후훗' 여인이다. 본업인 모델은 물론 베스트셀러작가, 일러스트레이터, 교양프로그램 MC 등 문화 관련 전반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뉴욕 밀라노 파리 컬렉션 등 런웨이에 오르며 세계적인 톱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는 2006년 '뉴욕을 훔치다', 2010년 '키스 미 트래블' 등 여행서를 출간하며 작가로도 거듭났다. 최근에는 KBS '명작스캔들' '

생활의 발견

, 오감도' 등에 출연했다.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에서 미술을 연구하며 또 다른 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장주영 매경닷컴 기자 / 사진 = 팽현준 기자]